개헌 시계 또 멈췄다…39년 헌정 개편, 필리버스터 충돌 속 좌초6·3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 무산…여야 책임론 격돌, 후반기 국회로 공 넘겨져
[이슈경제=이수희 기자] 39년 만에 추진됐던 헌법 개정 시도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방안까지 검토됐지만, 국회 본회의 재상정이 무산되면서 개헌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전날 처리되지 못한 헌법개정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이 개헌안 상정 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의 직후 개헌안 상정 계획을 철회했다.
우 의장은 "어렵게 마련된 개헌의 기회를 끝까지 살려보려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절차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6월 3일 국민투표를 위한 관련 일정은 오늘부로 멈추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후 재상정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필리버스터 예고가 변수로 떠오르며 추가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개헌안은 여야 6개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안으로, 비교적 합의 가능성이 높은 조항들을 우선 반영하는 이른바 ‘단계적 개헌’ 방식으로 추진됐다.
주요 내용에는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하는 방안, 계엄 선포 시 국회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 국가의 지역 균형발전 책임을 명문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권력구조 개편처럼 정치적 대립이 큰 사안은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개헌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방선거와 연계한 일정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본회의 이후 여야는 즉각 책임 공방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인 정치 일정”이라고 맞섰다.
대통령실 역시 입장을 내고 개헌안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며, 후반기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1987년 개정 이후 한 차례도 손질되지 않았던 현행 헌법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번번이 정파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개헌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유지되고 있는 만큼, 논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선거 정국과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제 후속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왔다.
개헌은 특정 정당의 승패를 가르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틀을 다시 설계하는 장기 과제다. 이번 무산이 또 하나의 정쟁 기록으로 남을지, 아니면 보다 성숙한 협의의 출발점이 될지는 결국 국회의 다음 선택에 달려 있게 됐다. <저작권자 ⓒ 이슈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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